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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 박영관칼럼 - 노인과 어른
매헌 박영관칼럼 - 노인과 어른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4.01.2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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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푸는 삶 -

 

                                                                                                                                      고군면 오일시 박영관

“밀(명절)은 밀은 돌아오는데 우리 부모 어짜꺼나(어떻게 할까)?” 어릴 때 할머니에게 들은 옛날이야기 중 한 대사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이 가사는 윤극영(尹克榮, 1903∼1988) 선생의 「설날」 노래이다. 고유 명절 설날은 4일간 연휴라 여느 때보다 민족대이동이 시작되리라 예견된다.

헤어진 가족을 만나기 위해 명절 전부터 모두가 마음이 들떠 있다. 부모를 만나기 위해, 자식을 보기 위해 마음 씀이 평소와 다르다. 혈육의 정이 유달리 일깨워지는 기간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을 고령화사회(AgingSociety), 14% 이상을 고령사회(AgedSociety), 20% 이상을 후기고령사회(post-agedsociety) 혹은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2023년 9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8.4%인 95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901만 8,000명보다 50만 명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 2025년엔 고령인구 비중이 20.6%를 기록하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인구이다. 특히 전체 인구 대비 고령인구 비중은 2035년(30.1%), 2040년(34.4%), 2050년(40.1%), 2070년(46.4%) 등으로 늘어난다. 약 50년 뒤면 국민 절반이 고령인구인 셈이다.

행정안전부가 2024년 1월 10일에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70대 이상 인구가 631만 9,402명으로 20대 인구 619만 7,486명보다 많았다. 70대 이상 인구가 20대보다 121,916명이 많아졌다.

진도군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2023년 12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진도 전체 인구(2만 8,979명)의 36.9%(10,679명)를 차지하고 그 중 독거노인은 약 4,500명으로 노인 인구의 42.1%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수의 증가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노화 불안(aging anxiety)이라고 한다. 늙음은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들과 이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60세 이상 노인 우울증 발병률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노인과 어른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저 나이만 먹고 남에게 대접만 받으며 고집불통으로 병약하게 산다면 ‘노인’이다. 연륜이 쌓였어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베풀기를 즐기는 사람은 ‘어른’이다.

‘어른’은 ‘얼운’이 변한 것인데, ‘얼운’은 ‘얼우다’라는 동사 어간 ‘얼우-’에 어미 ‘-ㄴ’이 결합된 것이다. 그러니까 ‘얼운’은 ‘얼우는 행위를 한(사람)’이라는 뜻이다. ‘얼우다’는 남녀가 짝을 이루는 행위를 뜻한다. 즉 남녀가 결혼하면 서로 몸을 합하게 되고, 그 결과로 자식이 태어나는 것인데, 한국인 조상들은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여 ‘얼운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을 구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혼한 사람만 상투를 틀게 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느 지역에 노인이 많으면 병약해지지만, 어른이 많으면 윤택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해지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날짜가 지날수록 발효하는 음식이 있다.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노인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른이 되는 사람도 있다. 노인은 나이를 날려 버린 사람이고, 어른은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成熟)해지는 사람이다.

노인은 더 배우려 하지 않지만, 어른은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배우려 한다. 노인은 자꾸 채우려 욕심부리지만, 어른은 비우고 나누고 베푼다. 노인은 자기 자신만 알지만, 어른은 이웃을 배려하며 살아간다. 노인은 나를 밟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지만, 어른은 나를 밟고 올라서라 한다. 노인은 늙은 사람을 말하지만, 어른은 존경받는 사람이다.

노인은 몸과 마음, 세월에 체념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자신을 가꾸고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자기 생각과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상대에게 이해와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노인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만, 어른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고, 자신을 가꿀 줄 아는 사람이다. 노인은 상대에게 간섭하고, 잘난 체하며,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스스로 절제할 줄 알고, 알아도 모른 체 겸손하며, 느긋하게 생활한다. 어른은 좋은 덕담(德談)을 해 주고, 긍정적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다.

황혼에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독일의 작가요, 철학자인 괴테(Goethe, 1749∼1832)는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은 늙어가면서 ‘건강, 돈, 일, 친구, 꿈’을 잃는다.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년이 되어가면서, 괴테의 말을 음미하고 준비하자. 노인이 되지 말고, 성숙한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자. 어른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설날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가 모이면 말을 많이 하지 말자. 하더라도 생각을 깊이 한 다음 칭찬, 격려, 배려, 꿈을 가꿔가는 긍정적인 덕담을 준비하고 나누자. 학자에게는 학력이 있고, 기술자에게는 기술력이 있다. 기업가에게는 금력이 있고, 정치인에게는 권력이 있다. 어른에게는 삶을 달관(達觀)한 숙성(熟成)된 용서와 지혜와 사랑이 있다.

희망찬 아침 해가 찬연히 솟아오른다. 이번 설날부터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아낌없이 베풀어 존경받는 어른으로 거듭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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