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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관칼럼-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박영관칼럼-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4.04.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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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최부잣집과 김만덕의 삶 -

                                                                                                            박영관

선거철이라 그런지 날씨도 변덕스럽다. 그렇게 친한 사이도 서먹서먹하고 소통하기가 불편한 때가 있다. 입장과 생각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배려가 부족해서일까? 우리 사회를 보면 정치권이 이분법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자기주장만 있을 뿐 협력과 통합의 정신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가가 바로 서려면 사회지도층부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월 2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4.10) 총선 후보자 재산과 전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현역 국회의원을 둔 정당들만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총선 후보자 총 952명 중 전과기록 보유자는 305명(32.0%), 1인당 재산 평균은 24억 4,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과기록을 보유한 후보자 305명은 총 587건의 전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1.9건꼴이다. 마음이 씁쓰레하다. 선택은 유권자 몫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말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사회지도층이 자신의 신분에 맞는 높은 도덕적 의무를 지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 사회를 들여다보면 달리 선진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유력한 가문이나 지도층 인사가 솔선수범에 앞장선다. 이들에게서 봉사와 희생을 명예롭게 여기는 것을 쉬이 찾을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 1930∼)은 전 재산의 85%인 440억 달러를 사회에 기부했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William H. Gates, III, 1955∼)는 1,240억 달러(한화 약 165조 2,400억원)의 재산 중 세 자녀에게 1,000만 달러만 물려주고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 했다. 기업가들이 성공한 후에는 아낌없이 사회에 헌납하는 것을 보면 세계 제일의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힘을 엿본다.

한국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하면 경주 최 부자 일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최부잣집은 경상도 제일의 부자였다 한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고 했는데,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의 후손으로, 1대 잠와(潛窩) 최진립(崔震立, 1568∼1636)부터 시작하여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대구대학교를 설립한 12대 문파(汶坡) 최준(崔浚, 1884∼1970)까지 이른다. “나라가 없으면 부자도 없다”며 독립운동자금에 재산을 내놓고 광복 후에는 교육사업을 위하여 전 재산을 기부하기까지 300년간 12대를 이어오는 동안 최부잣집 창고는 쌀 800석을 보관할 수 있는 현존의 가장 크고 오래된 목조곳간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던 선행으로 부호들의 재물을 탈취한 명화적(明火賊)의 불길에서도 살아남는다. 이렇게 장기간 한 집안이 부를 유지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최부자 집안의 모범은 한, 두 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집안의 전통으로 전해 내려온다는 점에서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데, 최부자 집안 후손들은 6가지 가훈을 떠받들어 왔다고 한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마라.

셋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다섯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여섯째, 최씨 가문의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이런 가르침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정신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에 계급제도가 엄격했던 천민 바로 위의 계급인 상민, 그중에서도 극히 드문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조선시대 후기 여성 거상 김만덕(金萬德·1739∼1812)의 감동적인 삶이다. 그는 평생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나누어 제주도 백성들의 목숨을 살려내는 데 썼다. 김만덕에 대한 언급은 1796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다.

“제주(濟州)의 기생 만덕(萬德)이 재물을 풀어서 굶주리는 백성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목사가 보고하였다.(정조실록 45권, 정조 20. 11. 25.)”

실록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자세한 내용은 조선시대 문신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 1720∼1799)이 김만덕의 선행에 감복해 써 내려간 『만덕전(萬德傳·번암집 제55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부자는 기부를 통해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지식과 재능이 많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재능 나눔을 실천해야 세상이 밝아진다.

사람들은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고 서로 손을 잡고 살아간다. 공동체에서는 서로가 지켜야 할 법과 도덕이 있고, 사람다운 마음가짐과 말씨가 바르고 어질어야 한다.

급속한 경제발전은 물질만능주의를 만연케 했다. 현대사회의 치열한 경쟁은 ‘나’, ‘내 가족’, ‘우리’에게만 집중되도록 이기주의만 키웠다. 더구나 사회지도층의 법질서 문란(紊亂)은 도덕적 해이를 낳았다. 희망의 싹이 되어야 할 나눔과 배려는 현실을 날로 어둡게 하고 있다.

도덕과 양심이 시든 사회는 병든 사회다. 병든 사회는 미래가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지도층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이 절실하다. 아니 나부터 지금,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가꿔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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