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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산 주광현 칼럼 / 나이 계산
효산 주광현 칼럼 / 나이 계산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04.2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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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산 주광현

우리 속담에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했다. 이 속담엔 어떤 뜻이 담겨 있는가?

여기엔 무엇에나 순서가 있으니, 그 차례를 따라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왜 그런가?

이 속담을 앞 구절과 뒤 구절로 나누어 보면 그 뜻이 더 분명해 진다.

먼저, 앞 구절의 ‘찬물’은 어떤 물인가? 여기서 말하는 찬물은 첨가물(添加物)은커녕 따뜻하게 덥히는 공(功)조차 없는 자연 그대로의 맹물을 뜻한다.

다음, 뒤 구절의 ‘위아래가 있다.’라는 말엔 어떤 뜻이 들어 있는가?

이 말은 윗사람이 먼저이고 아랫사람이 나중이라는 말이다.

이제 앞 구절과 뒤 구절을 합하여 종합적으로 이 속담의 뜻을 해석해 보면 이렇다.

공(功)이라고는 전혀 들어가지 않은 하찮은 찬물(맹물)일지라도 윗사람이 먼저 마시고 나서 아랫사람이 마셔야 한다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순서를 말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순서에서 윗사람을 먼저 우선(于先)해 드리는 것이 윗사람을 공경하고 섬기는 것으로 알고 실천해 온 것이 우리 나름의 도덕률(道德律)이고 문화(文化)였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 기존의 도덕률(道德律)과 문화(文化)가 속도감(速度感)을 느낄 정도로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싹싹 바뀌고 있다. 때문에 연공서열(年功序列)은 구시대(舊時代)의 유물(遺物)인 양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금 시대야말로 노인들은 젊은이들 앞에서 맥을 못 추는 ‘양육강식(弱肉強食)의 정글(jungle)법칙이 도래(到來)했다.’ 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飛躍)일까?

2022년 3월 9일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새 대통령을 뽑았다. 새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꿈을 추진하고 달성하기 위해 많은 것을 계획하고 있으리라.

새 대통령 취임식 전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조직하여 현 대통령 행정체재에서 다음 새 대통령 체재로 옮기기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각 분야에서 인수를 받는 행정적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현 대통령은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하여 갑자기 새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인수 절차 없이 새 대통령 직에 취임했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대통령이 바뀌면 이렇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조직하여 현 대통령 체재의 모든 것에서 공과(功過)를 선별(選別)해 가면서 인수 받는 절차를 밟는다. 인수(引受) 기간은 새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마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것 중에서 특별한 내용이 있다. 그것은 ‘나이 계산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나이 계산은 세 가지 셈법이 있다.

그것은 첫째가 한국식 나이로 불리는 ‘세는 나이’가 있고, 둘째가 ‘만 나이’가 있으며, 그 셋째는 ‘연 나이’가 있다.

그러면 첫째, 한국식 ‘세는 나이’는 어떤 나이인가? 그건 다음과 같은 셈법으로 세는 나이이다. 음력 정월 초하루에 설을 쇠면 한 살을 먹는 것이다. 그리고 태어난 후 만 1년이 되는 첫돌을 쇠면 첫돌 날, 또 한 살을 더하는 나이이다. 그 다음 해부터는 매년 설을 기준으로 하여 설을 쇠면 한 살씩 더해가는 나이 셈법이다. 그래서 나이를 ‘설 먹고 돌 먹는다.’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첫돌을 쇠면 왜 한 살을 또 더 먹는가? 그건 어머니 배 속에서 수태(受胎)된 때부터 태아(胎兒)로 자라고 있을 때의 태아(胎兒) 나이를 인정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첫돌 날 한 살을 더 먹는 것이야말로 합리적이지 않은가?

그 외에도 의문점은 더 있다. 왜 나이 먹는 날이 양력 새해 첫날이 아니고 하필이면 음력설이 기준이 됐을까?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역사적으로 양력은 유럽 문화권인데 비하여 동아시아는 음력 문화권이었기 때문이다.

1896년 양력이 도입된 후 음력 사용에서 차츰 양력을 사용하게 되어 지금의 일상생활은 양력 위주가 되고 있지만 ‘설’만은 지금도 ‘음력설’을 쇠고 있다.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음력설을 쇨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 그게 우리의 바뀌어 지지 않는 민족 정서(情緖)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식 ‘세는 나이’의 계산법에는 아래와 같은 비합리적(非合理的)인 약점(弱點)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매우 극단적(極端的)인 예를 들어 보면 이렇다. 같은 나이로 세는 두 아이를 비교는 데 있어 한 아이는 음력 정월 초하룻날 새벽 자시(子時)에 출생한 아기가 있고, 또 다른 아기는 같은 해 섣달그믐 밤 자시(子時) 이전(以前)에 출생한 아기가 있다고 가정(假定)하면 이 두 아이는 만 1년의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에 낳았다는 이유로 같은 나이로 세고 있다는 것은 비합리적(非合理的)이기는 하다.

다음으로 ‘만 나이’ 계산법이다. 만 나이는 태어난 생일이 기준이다. 생일날 한 살을 먹는 계산법이다. 태어나면 0살이었다가 첫돌을 쇠면 1살이 되고 그 다음엔 해마다 자기 생일날 한 살씩 나이를 더해가는 계산법이다.

마지막으로 ‘연 나이’는 어떻게 계산하는가?

현재의 연도(年度)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가 ‘연 나이’이다. 이 나이 계산법도 연도(年度)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세는 나이’ 계산법에서 첫돌 날 한 살 더 먹는 것을 제외하면 ‘세는 나이’의 계산법과 같이 비합리적(非合理的)인 약점(弱點)이 있다. 즉 같은 해에 출생했더라도 1월 1일 출생아와 12월 31일 출생아는 1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연도(年度)로 나이를 계산하기 때문에 1월 1일생이나 12월 31일생이나 같은 출생 연도로서 같은 나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세 가지 나이 계산법을 모두 혼용(混用)하고 있어 이로 인해 행정적인 혼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22년 4월 11일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법적 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만 나이’표기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 나이’로 통일하면 이거야말로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이라도 되는가? 필자(筆者)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왜 그런가? ‘만 나이’의 계산법은 정확하게 말해서 ‘같은 해와 같은 달과 같은 날’에 출생한 사람들끼리만 ‘동갑(同甲)’이라거나 ‘갑장(甲長)’이라는 말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의(本意) 아니게 묘(妙)한 일이 발생하여 지역적으로 가깝게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동갑이라거나 갑장을 찾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출생 연월일이 똑같은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 날 것인가? 모든 사람마다 생일이 거의 다르기 때문에 ‘동갑(同甲)’이나 ‘갑장(甲長)’이라는 정다운 말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찌되는가?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갑장’이나 ‘동갑’에 관한 문화(文化)와 정서(情緖)는 사라져 우리의 삶이 삭막(索莫)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효산 주 광 현 약력

*등단지 - 월간 한국시

*소속 문학단체 - 한국문협 시분과, 전남문협 시분과, 시문학 동인지 시류

*문단 활동 -월간 한울문학 편집 위원(2014년~현재까지),

진도문학 회장, 전남문협 수필분과 회장, 전남문협 부회장,

전남수필문학 회장, 영호남수필 전남지역회장,

시류문학 회장 등 역임

*수상 - 월간 ‘한국시’ 문학상 본상, 영호남수필문학상 공로상, 전남문학상,

‘국민정책평가신문’ 2017년 올해를 빛낸 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대상

*작품집 - 시집 3권 『세월이 흐르는 소리』 외 2권,

수필집 3권 『꽃그늘 밟은 세월』 외 2권

칼럼 집 1권 『효산 주광현의 경기매일 목요 칼럼 집』

효산 주광현

주소 : 61173 (우편번호)

광주광역시 북구 효산로 11, 1-403(성산아파트)

전화 : 010 -9430 - 4037

이메일 : joo40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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