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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아닌 기억의 공간으로"…팽목항 새단장
철거 아닌 기억의 공간으로"…팽목항 새단장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19.12.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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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예술행동장 '벽화' 작업

 

시낭송에 지역학생들 창작노래부르기 어야디야 뱃노래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소속 작가들이 30일 전남 진도 팽목항 세월호 가족 식당과 창고 건물에 새롭게 벽화를 그려 넣었다.

'그리움'. 보고싶다. 꿈 속에서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세월호 참사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한 전남 진도 팽목항. 빛바래고 낡은 팽목기억관과 강당, 식당이 화사하게 새단장됐다.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회원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광주 예술인 모임인 '예술인 행동장' 소속 작가 10여명은 30일 진도 팽목항에서 식당과 창고 벽화작업을 벌였다.

식당 건물 외벽엔 세월호 기적을 상징하는 '세월호 고래'와 시민들의 소원을 담은 노란 풍등을 새겨넣었다. 창고 외벽은 풍등이 높이높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표현했다.

세월호 고래는 바다밑으로 가라앉은 배를 수면 위로 들어올려주기를 바라는 마음, 아이들이 고래를 타고 바다에서 나오는 기적을 바라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그림을 도안한 최재덕 조각가는 "잊지 말자는 다짐과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등 시민들의 소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예술 행동장 소속 예술인들은 지난 7월27일과 8월31일 두 차례에 걸쳐 팽목기억관 외벽에 '그리움'을 주제로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을 그렸다. 간절히 그리워하는 엄마와 딸, 리본을 타고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이 천사가 돼 자신들의 꿈을 마음껏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2014년 4월,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온 아이들이 맨 먼저 부모와 만났던 곳. 차가운 아이를 안고 오열하며 눈물이 넘쳤던 역사의 현장은 '진도항 2단계' 공사로 사라질 위기다. 진도항 2단계는 2020년까지 398억원을 들여 진도항에 지상 2층, 건축면적 1100㎡ 규모의 터미널을 비롯해 부두의 편의시설과 접안시설을 완공하는 공사다.

진도군은 공사를 위해 팽목항에 있던 유가족 숙소와 조립식 건물을 대부분 철거했고, 마지막 남아있는 팽목기억관과 천주교광주대교구 세월호 팽목성당, 가족 식당과 숙소로 사용하는 강당, 화장실, 창고 등 6개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상주모임과 작가들은 참사 발생 후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빛 바래고 낡은 건물을 화사하고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세월호 강당' '세월호 식당' 등 안내판도 설치했다. 벽화가 하나하나 완성되면서 팽목항은 잿빛 '죽음'의 공간에서 생동감 있는 '기억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시민상주모임 김화순 작가는 "벽화 작업으로 화사해지면서 이곳을 찾는 시민들도 늘고 기억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기억 공간은 소녀상 정도의 희생자 기림비 건립, 소공연이 가능한 4·16공원 조성, 희생자 안치소 등을 알 수 있는 표지석 설치, 지상 1층 66~99㎡ 크기의 조그만한 4·16기록관 등이다. 진도군은 '기림비'와 '표지석' 설치, 4·16공원 조성에는 합의했지만 조그마한 기록관은 서망항 인근에 들어서는 국민해양안전관에 건립하겠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진도실고 2학년 이모군(18)은 "벽화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색감도 좋고 캘리그라피도 잘 표현된 것 같다"며 "한층 밝아진 느낌이어서 좋다"고 말했다. 창원에서 진도 여행을 왔다가 팽목항에 들렀다는 이모씨(54)는 "참사 후 처음 팽목항을 방문했는데 마음이 착잡하다"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기억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시민상주모임 정인선씨(45)는 "벽화가 그려지면서 팽목항 분위기가 한층 바뀌었다. 진도항 공사로 사라질 공간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라며 "전남도와 진도군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밀어붙일 게 아니라 조그마한 기억 공간 하나라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른세번째 문화행사에는 김명수(읍 성동길), 송태웅 시인과 고재성, 국악고 실고 학생들이 함께해 시낭송, 자작곡 부르기, 판소래 공연을 펼쳤다.(박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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