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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 시 집에서
남인 시 집에서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06.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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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바다로 간다

-해미원 가는길2

 

나는 왜 눈물이 많은가

해창바다는 멀리 산기슭을 돌아

젊은 날의 푸른 핏줄기

논둑을 다독거리던 바람이 불때마다

쌀밥보다 뜨거운 눈물이 나는 것일까

몸빼 입은 엄매들

흰 종아리가 소나무껍질로

성큼성큼 논길을 걸어

어이야 어어이

앞산은 멀어지고

하늘 높이 치솟는 제비처럼

배고픔도 더 멀어져가라

숭어떼따라 또랑 차고

가슴 가득 뛰어오르는

요 까만 둠벙 새끼들아

나는 달빛처럼 젖이 오른다

조금 물에 목이 차 올라

아직도 나를 부르는 이 있어

눈물은 뜨거운가

신작로마다 깡다리 거름 절여

고막뫼 속살을 건져올렸는가

흐르는 것은 바람이 아니다

솔고개 핏살줄 흐르는

세상의 모든 수로에

더 낮게 더 간절하게

네 이름을 띄어 보낼 때 까지.

 

*박남인(비끼내 술꾼)

 

 

 

복숭아가 익을 때면

 

누구에게나 봉숭아꽃은 진다

누구에게나 복숭아꽃은 진다

누구에게나

누구에게나 꽃은 진다

목숨을 걸고 꽃은 진다

첫 고백을 차마 견디지 못해

천둥이 치듯

봉숭아는 터진다

내 누이가 던진 날처럼

가장 아름다울 때

제 얼굴의 가장 뜨거운 볼을

복숭아는 도려낸다

물은 그렇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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