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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닻배노래와 조오환명인 그리고 딸 조유아
조도닻배노래와 조오환명인 그리고 딸 조유아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0.11.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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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타령, 진도상여소리, 만년필타령 줄줄 이어나온 인생

 

(사진. 박재관 부산향우)

“그곳은 꿈이 삶이 되는 곳이다. 싸움마저 파도처럼 노래판으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진도는 독특하다. 누구나 진도를 가려면 먼저 소리와 그림의 꿈을 먼저 담아야 한다. 그리고 역사의 짐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슴나루 울두목을 지나야 한다. 그곳은 450여년전, 만 백성의 염원을 담아서 명량해전을 지휘하는 이순신 장군에게 거친 물살로 승리의 굿판을 벌인 곳이다. 삼별초 자주항쟁을 비롯 아직도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서민들의 고유한 민속문화가 이어져 오고 있다.

‘농무’의 신경림 시인은 "장場은 사람이다. 장터를 무대로 사람들은 놀고 웃고 울고 싸우고 다시 모이고 질기고 소중한 삶을 보듬고 꾸려왔다"고 했다.

진도에는 면마다 닷세장이 섰다. 풍성했다. 갯물이 깊이 들어오고 들판은 기름졌다. 사람도 사람의 소리도 죽죽 기름기가 흘렀다. 섬도 많았다.

조도닻배노래로 전남 무형문화제 제40호에 지정된 조오환 명인(73)은 진도안의 장터를 삶의 현장으로 평생을 장꾼들과 부대끼며 소중한 '장꾼의 소리'를 지켜 온 모친(박색구.1909~1992)에게 소리를 배웠다. 오래 동안 진도에 유배온 이들이 수준 높은 글을 짓고 곡을 붙이면, 천부적으로 소리꾼일 수밖에 없는 진도 뱃사람들이 흥겹게 불렀다. 그렇게 계승되어온 진도에는 무형문화제로 등록된 사람이 10명이 훌쩍 넘는다. 조오환씨는 진도를 대표하는 소리명인 중 한명이다.

그가 부른 소리는 삶을 다 엮어내기엔 부족하지만 누구보다 흥이 깊고 다양하다. 이미 무형문화제로 지정된 조도닻배노래 외에 맛갈스런 엿장수타령, 만년필타령, 장타령, 진도상여소리 등이 조오환님의 대표곡들이다. 모친에게 배운 엿장수타령은 막내딸 조유아에게 계승되어 3대째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국악신동으로 불렸던 막내딸 조유아는 중앙대 음악극과를 거쳐 국립창극단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서 식당을 운영했는데, 유아가 5살 때 창을 불러서 받은 팁이 당시 식당 하루 매출보다 많았다. 청출어람, 국립창극단원인 조유아씨의 타령과 연기는 아버지를 능가한다.

구들장소리, 된장소리에 촌철의 시대감각도 ‘능청’

'조도닻배놀이' 예능보유자 조오환 선생의 엿타령은 달고 구수하다. 인생의 애환마저 엿처럼 녹는다. 만년필을 들면 한 편의 자서전이 술술 풀려나온다. 조도닻배는 조기잡이 배를 말한다. 닻을 많이 싣고 다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명 멍텅구리배로 불렸다. 주로 어업현장은 지금의 영광 서쪽 위도까지 먼 바다였는데 이곳에는 간조시 일곱 개의 암초가 있다. 이것을 칠산이라 부른다.

이곳에서 잡히는 조기가 칠산조기인데, 말리면 영광굴비가 된다. 조기는 살아서 술비, 죽어서 조기, 말려서 굴비로 불린다. 술비는 조 명인의 딸 조유아가 아빠 오환을 부르는 소리이기도 하다.

약 200여년 전부터 닻배가 성행하여 황금어장 칠산외에 가거도 연평도 어청도 안마도 등지에서 조업을 하였다. 2월초에서 5월말까지 이어진 오랜 조업기간 동안 고달픈 뱃놈의 신세한탄을 진도사람 특유의 끼를 발휘하여 각 꺼리마다 소리로써 토해냈다. 힘든 노동에 지친 시름을 달래고 협동으로 노동의 효율을 높이면서, 더 이상 고통이 아닌 흥겨운 삶을 노래한 문화로 정착했다. 그러나, 급격한 시대의 흐름으로 20여년간 단절되었던 이 노래는 조오환을 중심으로 전승작업이 활로를 찾았다.

신은주(申銀珠)씨에 따르면, <닻배노래>는 일의 진행 순서에 따라, ‘그물 싣는 소리(술비소리)’, ‘노 젓는 소리(놋소리)’, ‘돛 다는 소리’, ‘풍장소리(풍어를 비는 고사)’, ‘그물 내리는 소리(기와자소리)’, ‘그물 올리는 소리(술비소리)’, ‘만선풍장소리’, ‘뒤풀이(배치기)’로 구성된다.

조오환씨는 진도문화원(당시 원장 김정호) 간 《조도닻배노래》를 진도 내 각지를 현장 답사하며 채록하여 책자로 내기도 했다. 그런 원력이 오늘의 조 명인을 닦아냈을 것이다.

진도를 떠나 가없는 바다에서 황금 조기를 배에 가득채우고 올라 부르는 만선풍장소리가 진도바다를 휘감아 돈다.

“지화자 좋네 어허허허 어허어허 기화자아 좋네/ 도장원 했네 도장원 했네 칠산바다에 도장원 했네/배 임자 마누라 물동우 이고 안암팟 니물에 사오천 냥 실었네.”

코로나보다 더 지독한 지방색을 수묵으로 씻으며 이제 ‘사는 것이 사는 것’에 대한 물음 앞에 선 현대인에게 남도 소리고장 진도가 있다. 이 가을 너무 깊이 물들지 말라. 힘들고 괴로울 때 울두목 건너 명량바다를 떠올려보라. 당신에게 주어진 길에 묵묵히 노를 젓다보면, 누구에게나 인생의 항구에 만선의 배 들어온다. “칠산바다에 도장원 했네!”(박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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