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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투리의 이해
우리 사투리의 이해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01.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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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사투리사전 저자 조병현-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옛 말씀 그대로 우리 말(言)은 생물처럼 늘 살아 움직이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고 그 과정에서 또 변하기도 하면서 우리 대대로 선조님들로부터 우리에게 전해 내려왔었고 지금 이 시간에도 변하고 전하기를 수없이 한다.

필자가 딴 것은 잘 몰라도 30여 년을 진도 사투리에 대해서 조사 정리하다 보니 국어국문학 그 가운데서도 방언과 어원을 전문 연구하는 교수나 책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기에 기회가 닿는 대로 이러한 점을 독자들과 공유했으면 하는 심정으로 몇 자 적어본다.

진도의 사투리는 같은 전라도 사투리 가운데서도 서울사투리(표준어와는 다른 서울 사투리도 있음)와도 유사점이 더 많고 표준어와도 비슷한 어투와 같은 낱말들이 더 많이 쓰인다. 이는 1762년(영조 38년) 전라 감사 원경순(元景淳)은 “유배 온 죄인들 뒤치다꺼리하다가 진도사람들이 다 같이 굶어 죽게 생겼으니, 더 이상 보내지 말고 다른 지역으로 이배(移配)시켜 달라”는 상소를 올리자 영의정 홍봉한 등이 입시하여 진도군 정배(定配) 중지를 논의했다는 정사(正史) 기록과 1538년(중종 33년)과 1660년(현종 1년)에도 진도(珍島)에 정배된 죄인은 너무 많아서 다른 고을로 이배시키거나 다른 도(道)로 양이(量移)하게 할 것을 청했다는 기록들이 있을 정도로 다른 군에 비해 유달리 많았던 유배인들 영향도 크다고 느껴진다.

전라도 사투리는 전북과 내륙이 상대적으로 좀 더 부드럽고 전남에서도 북쪽인 광주 화순 나주 담양 쪽이 좀 더 그런데 요즘은 진도 젊은이들도 장난삼아 종종 쓰는 ‘앙거(안거)’, ‘인나’는 영암 위쪽의 말이고 월출산 아래쪽은 예전엔 ‘앉어’, ‘일나(일어나)’... 로 썼었다.

그런가 하면 진도사투리는 제주어와도 같은 낱말들이 많이 보이고 옛 뱃길을 따라서 경남이나 충남 해안 지역과 황해도와 멀리 평안도까지도 독특한 낱말들이 유사하게 쓰임을 알 수 있다.

진도 방언이라고 해도 읍내만 진도가 아니고 조도에서 하는 말들은 본섬과 다른 사투리도 좀 더 많고, 본섬 안에서도 군내 의신 일부와 읍내말하고 군내 고군/ 지산 임회 쪽에도 차이들이 있어서 어디 말을 진도말이라고 딱 부러지게 규정 못 짓기에 이들 모두가 진도방언인 것이다.

사투리 즉 방언은 이러한 지역적 차이로 나타나는 지리적 방언과 사회계층이나 교육 수준, 직업이 같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사회적 방언이 있고, 이들은 다시 옛 어른들과 지금 세대의 쓰임인 세대 차에 의한 시간방언과 계층 차에 의한 계층방언도 있다.

거기에 더해서 표준말 ‘나중’을 뜻하는 어휘들로는 진도 안에서도 나중참, 난중, 낭종, 낭중, 낭중참, 내중, 내중참, 낸중, 냉중, 야중, 야중참, 양중 등 여럿이 함께 채록되는데, 전문 방언학자들(찰로 그라고 그때는 웃기게 살았어-전남대 이진숙, 진도 지역의 언어와 생활-목포대 이기갑)의 채록 원고에서도 같은 사람이 조금 전에는 낭중이라 했다가 그다음엔 내중이라고 하는 등 동일화자가 동일시간대에 같은 뜻에 이중어휘를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에 진도와 해남의 방언을 비교하신 진도 분께서 해남에서는 배차라 하고 진도서는 배추라 한다고 했으나, 필자가 채록한 바로 젊은이들은 배추라 했으나 진도 노인들 가운데 배차라고도 많이들 발음하셨다. 그리고 본시 배추의 어원이 백채(白菜)라고 해서 백채→ 배채→ 배차→ 배추로 음운이 바뀐 것인데, 진도 노인들이 숭늉을 숭냉(숙냉)이라고 하신 말씀들도 기실 숭늉의 어원이 숙냉(熟冷)이었다. 이처럼 진도에는 지금은 변한 표준말 어원이 진도사투리로 남아있는 낱말도 많다.

그런가 하면 예전 진도 풍습에 아기 피부가 꺼칠꺼칠하면 ‘닭 능신이 들렸다’거나, 콧소리를 심하게 킁킁거리면 부모 중에 누군가 ‘돼지고기를 먹고 부정을 타서 그런다’고들 말을 했었다.

이러할 때의 민간 처방으로 당골래를 불러 빌던가 부모가 직접 손 비비고(비손하고) 나서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아기에게 문지르기도 하고는 지푸라기로 묶어서 그것을 웃묵(윗목)이나 방안 벽 위에 걸어 제물(祭物)을 드리는 행동을 ‘지숙단다’고 하였다.

이 ‘지숙’이라는 낱말도 본래 ‘제사에 쓰는 고기’라는 뜻의 ‘제육(祭肉)’이란 말이 발음 변형된 것인데, 제주도에서도 같은 변형과정을 거쳐 ‘지숙’이란 낱말이 제주어에도 남아있으나 현재의 제주도에서는 그 의미가 축소되어 살코기가 아닌 물고기 제육만을 뜻하는 낱말이 되었다고 <제주어 제주사람 제주문화 이야기>에서 제주의 대표적 방언학자인 제주대 강영봉 교수는 말한다.

일반 사람들 가운데는 사투리를 격이 떨어지는 말 정도로 치부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의 내면을 보자면 사투리는 ‘배우지 못한 이들의 말’, ‘촌사람의 말’이나, ‘삿된(邪+ㅅ+된, 바르지 못하고 나쁜) 투의 말’ 정도로 여기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잠재되어 나타나는 듯하다. 하지만 내 부모와 선대로부터 직접 듣고 배우면서 대대로 고향에서 이어 내려온 지역 사투리란 ‘우리 선조의 얼’이고 ‘민속과 구비문학의 바탕’이면서 ‘우리 지역 문화의 본질이고 뿌리’이기에 절대로 부끄러운 말이 아닌 ‘자랑스러운 말’이다.

우리 사투리에 깊은 맛과 가치를 못 느끼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판소리를 표준어로 한다면 어떤 맛일는지’ 생각해 보시고, 또 우리 진도 출신 자랑스러운 가수 송가인이 ‘가인이여라~!’ 하는데 이를 ‘가인입니다~!’라 했을 때와의 정감을 비교해보라고 말씀드려본다.

-이상 진도사투리사전 저자 조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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