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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칼럼 /신축년의 기도
학고칼럼 /신축년의 기도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01.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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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화원장 .향토문화진흥원장 김 정 호

50여년 전 나는 12월말 신년호 특집으로 ‘해풀이’를 쓰는 것이 내 담당이었다.

직책이 문화부장인 탓도 있었지만 민속의 향기 등 옛풍속이나 섬· 섬사람등 기획물을 연재했던 탓이다. 새해 해풀이글을 쓰려면 자연히 음양오행설이나 명리학등의 책을 읽어야했기 때문에 자연히 예술인들을 만나게 되고 종국에는 풍수꾼들도 만나 반풍수소리를 들었다.

이것도 이미 3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바공호군이 새해판에 들어갈 칼ㄹ럼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신축년 해풀이를 쓰기로하였다.

6갑자주기설에 따른다면 60년전 신축년의 5.18을 연상시켜서 섬뜩하다. 어쨋건 신축년은 해풀이를 ‘흰소’(白牛)로 풀지만 오행으로 따지면 金과 土로 모두 음양으로는 음(陰)이다. 음기가 너무 세서 전염병이 얼른 수그러들지 않을 듯 싶다. 음을 누르기 위해 양의 기운이 발동하면 가뭄들 위험이 있다.

신축의 매울신(辛)자는 오행으로 흰색이고 축(丑)은 글자뜻대로 소이므로 흰소이다. 면년전 강원도에서 흰송아지가 태어났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본디 검은소는 죽음을 상징하고 흰소는 재생과 풍요를 상징한다.

이 때문에 절에 가면 벽에 소를 찾아떠나 소를 찾아 타고 돌아오는 십우도의 그림에 나오는 소는 흰색의 소이다. 불교에서 소를 찾아 떠나고 돌아오는 과정은 ‘사람이 찾아야할 참된 심성’을 상징한다. 이같은 불교적 고사에 따라 송광사 개조 지눌은 스스로를 목우자라 했으며 만해 한용운은 그가 지내던 박담사의 그의 집 당호를 심우장이라 했다. 불교에서는 묵직할 만큼 주인과 남을 가리지 않고 충성스럽게 일만하는 소의 심성을 진면목이라 했다.

소의 심성을 잘못 해석해 우이독경이란 말이 생기고 김시습은 소를 지조없는 선비에 빗대 얘기했지만 사실은 충직한 소의 진면목에 대한 비유는 아니었다. 소도 주인을 알아보고 주인이 죽자 굶어죽은 의우(義牛)도 있어서 경북 선산에는 의우총(소무덤)이 있다.

흰두교국가인 인도는 소를 신성시해 잡아먹지도 않고 통행을 막지도 않아 도시의 큰길에도 유유작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남중국 지방에는 소귀신을 모신 우묘가 있고 일본에도 소를 모신 신사당이 여러곳에 있다.

오늘날은 논갈이나 밭갈이의 ᅟᅩᆫ디 기능을 경운기에 뺏앗겨 먹거리소가 되고 말았지만 인간이 농경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힘든 일을 맡아준 짐승이 소였다. 그러면서도 신을 받드는 제사제물의 가장 귀한 희생물이 되는 것도 소였다. 서양은주로 말을 타고 다니는데 쓰고 마차에도 썼지만 농사가 주업이었던 동양ㅇ사회에서는 소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소는 이처럼 이용도가 높아 식구로 대접을 받았고 재산중에 첫째 목록에 들어 부자의 상징이 되었다. 증권회사들이 소를 모시는 것도 이같은 풍요와 재물의 상징이었다. 50여년 전까지도 자식을 대학에 보내려면 소를 팔아 등록금을 했던 탓으로 대학의 별명이 우골대학이었다.

축원을 한다거나 하소연한다는 글자도 고(告)자를 쓴다. 이 고자는 소를 받쳐 입으로 할말을 한다는 뜻에서 고사나 고발따위 낱말이 생겨났다. 옛날에는 방맥이로 소코뚜레를 문위에 걸어두기도 하고 소아귀뼈를 호랑이 턱뼈마냥 대문위에 걸어놓기도 했다.

살아생전 온힘다해 사람대신 일하고 죽어서는 제사상 제일가는 제물이 되고 그도 모자라 가죽은 북이되어 사람들의 놀이에 쓰이니 소신세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그래서 희생의 제일가는 의의 상징이다. 그 충직성과 희생성 때문에 옛날 임금님들은 선농단행사때면 소잡아 음복음식으로 골고루 나눠주던 음식이 설롱탕의 연원이 되었다. 오직하면 개잡아먹은 흔적은 있어도 소잡아먹은 흔적은 없다는 말이 생겼을까. 소뼈따귀는 우리고 또 우려먹어 소뼈다귀 3년 우려먹는다는 곰탕이 생겼다.

올해 시운은 지모경이라는 술서에 이르기를 질병이 분분하고 백성은 점차 소생할 것이라 했으므로 전염병은 계속되되 경기는 풀릴 것을 예고하고 있다. 주기설에 따르면 혁명으로 피를 흘릴 수도 있으므로 지조없이 주인을 바꿔섬기는 선비들은 몸조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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