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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칼럼 / 헌화가
남인칼럼 / 헌화가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01.0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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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는 상서로운 흰소의 해라고 말합니다.

신라 시대에 ‘헌화가(獻花歌)’라는 향가가 있었는데 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진달래꽃을 꺾어 바치면서 불렀다는 노래입니다. 꽃을 바치는 것을 ‘헌화’라고 하는데 ‘꽃을 바치다. 신전이나 영전에 꽃을 바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함께 읽어봅시다. “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김완진 해석)

암소를 끌고 가던 노옹이 수로부인의 자태와 용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워 높은 벼랑에 올라 꽃을 꺾어 바쳤다는 것입니다. 워낙에 아름다워 바다의 용에게 납치되었다가 나온 수로부인의 옷에서 나는 이상한 향기는 약초의 향훈이나 신경과민과 몽유하는 정신에서 오는 무적(巫的) 의식을 가진 것이며, 미려하다는 수로부인 또한 때때로 무적 병을 일으키는 여성이라 하여 수로부인을 무당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신축년의 “신”이 흰색을 의미하고 “축(丑)”이 소를 의미 한답니다. 하얀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성실과 신뢰” 그리고 여유와 풍성을 상징합니다. 2020년 한해가 저물고 코로나로 전세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새해에는 소가 상징하는 여유와 풍성함으로 가득한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시인 김소월은 ‘진달래꽃’에서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고 노래했습니다. 진도는 봄 가을 없이 꽃이 핍니다. 진달래에서 산벚꽃, 산딸기 구실잣밤꽃, 마플로 울금꽃, 운림산방의 배롱나무꽃, 구절초 산국이 가을을 수놓다가 겨울에는 동백꽃이 계곡마다 피어납니다.

진도의 무녀들은 고깔을 쓰고 지화를 들고 굿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식이나 개업식에 화환을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화환은 ’영예 또는 축복을 의미하며 종교의식이나 축제 때 주로 사용합니다. 그리스에서는 올리브·월계수·종려나무 등의 잎으로 만든 화환이 올림피아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들에게 수여되었고, 시인과 웅변가들에게도 시상되었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젊은 연인들은 애인 집의 문간에 애정의 표시로 화환을 걸었다. 화환은 전통적으로 종교적 의미를 지녔다.

특히 흰색은 배달민족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순수와 빛을 상징하며 우리를 백의민족이라고도 할 정도입니다.

올 해는 경험많은 어른들의 지혜와 용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도는 노인공경 공화국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마을 경로당이나 읍 노인복지관에서 모임을 하지 못한지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반드시 코로나19를 물리치고 다시 평화로운 옥주골로 되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첨찰산 쌍계사에 가면 대웅전 벽에 십우도가 그려져 있는 것을 봅니다. 잃어버린 소를 찾아서 떠나는 동자가 흰소를 만나고 득도를 이룬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진도군민들의 단합과 일심동체를 이뤄 올해를 대전환의 희망찬 해로 만들어야 합니다. 농경적 공동체정신이 발현되어 가장 살기좋은 고장으로 도약을 이루는 해가 될 것입니다. 바다는 더욱 청정하고 진도의 문화가 곧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고갱이로 되는 ‘예불여진도’.

올해부터는 진도의 버스비용이 1천원으로 단일화되며 여객운항도 더 편리해질 것입니다. 제주간 직항로가 열리고 섬주민들의 식수공급이 더 원활해질 것입니다. 가족호텔이 더 들어서고 진도타워간 케이블카도 운항되어 예술관광진도가 일주도로를 따라 아름답게 펼쳐지는 청사진이 절로 떠오릅니다.

진도는 이제 꽃이 될 것입니다. 진도의 여성들은 모두가 수로부인의 향기를 품고 일과 놀이를 즐기게 됩니다. 진도물김이 고공행진을 하듯 농산물 특산물들이 품질과 유통개선을 통해 많은 소득을 이루는 신축년이 진도에서 만개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제 먹거리에서 의료건강복지가 더욱 확장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이동진 군수는 지난 번 인사에서 보건소에 사무관을 늘려 이런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노인복지를 강화하고 무엇보다 문화가 있는 사회, 아이들의 꿈이 열리는 고장, 안전한 진도에 더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조화롭게 들어서며 1년 내내 공연과 축제가 이어지는 보배로운 땅을 일궈내야 할 때입니다.

진도에서 산다는 것이 곧 자랑이 되는 그런 지자체. 거리는 더욱 밝아지고 청의력이 넘치는 청년들이 돌아오는 몽유진도. 나눔과 상생으로 브랜드를 이룬 진도.

눈이 내릴 때마다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해 왔고 타인에게 인정받는 사람이었는가? 혹은 피해를 주지 않았는지 우리들은 끊임없는 자아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향기와 색깔을 키우고 타인을 배려하는 삶을 영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에게 내가 속한 사회에 무관심하게 되면 그만큼 피해가 오기 마련입니다. 꽃은 향기로 대화합니다.

흰 소가 바다를 건너오고 있습니다. 팽목 연안 진도항은 새로운 물류 여행 거점으로 부상됩니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단지 ‘잘사는 고장’을 뛰어넘어 삶이 빛나는 인진도(因珍島)가 되어야 합니다. 박수와 환호가 깔린 꽃을 즈려밟고 다시락(多時樂)을 노래하는 민속예술문화특구 진도를 가보지 않은 사람과는 한민족의 정서와 감성을 나눌 수 없다는 자긍심이 흰 빛으로 감싸안은 신축년을 만들어갈 것을 분명하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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