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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장결혼 작전
나의 위장결혼 작전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1.02.16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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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

나의 결혼식은 예스럽고 성스러웠다

노래와 시도 도시에 놓아두고

저 남쪽 고향 매화나무 망울진 산방에서

인천 연안부두에서 사로잡은 아내와

청실홍실 사모관대 족두리 얹어

표주박줄을 엮어 합환주를 마시며

우리들의 아름다운 전통혼례식은

콩과 밤대추가 쏟아지는 축복이었다

친구들이 불러준 노래는

세한을 벗어나는 마음들을 다지는

솔아 솔아 푸른 솔아였다

너무 멋쩍어서 동동주를 거푸 마셨다

광주에서 남동에서 인쇄골목에서

토박이 연극에 미친 엉겅퀴 배우에게

결혼하자 결혼해주라

사랑도 연애도 다 빼고

무작정 구혼을 했던 기억들이

흰구름으로 떠 다니는 참 좋은 날이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나도 나를 의심할 경황이 없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은 핏줄 속에 잠기고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며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싸우자’라고

돌멩이처럼 외치던 나의 목소리

와이엠시에이 결혼식 투쟁에 나서고

우리들의 영원한 민주혁명 대변인

윤상원열사와 박기순누님의 영혼결혼식

천년의 영가를 불러주신 백기완선생

오늘

나의 결혼식은 위장의 허물 벗어나고 있다

아무리 봉두난발로 세상을 누벼도

우리 생이 어찌 꿈이라 하리요

동지는 깃발 나부끼는 벗들과 어깨걸고

고을마다 녹두꽃 피어나는

세월은 아무리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거북선을 타고 아리수 거슬러

진도아리랑이 넘실대는 백두천지에서

아내여 우리 통일회혼식을 올리세.

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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