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산골 마을에 눈이 내려 하얗게 쌓여 있다
소나무가 서 있는 신작로 고개 마루턱엔
적막한 솔바람이 일고 있다.
마을 앞의 노부부가 가꾸던 복숭아밭엔
열매가 탐스럽게 열리던
화려한 날은 가고
무성하던 잎새마저
모두 떨군 체 나목들이 눈밭에 서 있다.
솔바람이 이는 저 고개 마루 신작로에는
마을로 돌아오고 마을을 떠나가는 사람들의
많은 사연들이 묻혀있을 것이다.
복숭아 밭을 가꾸는 노부부도
저 고개 마루 눈 덮인 신작로로
젊은 날 혼례의 신행길을 오고 갔으리라
신부는 화관 족두리에 연지 곤지 찍어 곱게
단장하고 꽃 가마를 타고 가며
가마꾼들의 걸찍한 농담소리를 귓전으로 흘리고
신랑은 사모관대를 쓰고 조랑말을 타고
신작로 고개를 넘어 혼례 길에 나섰을 것이다.
동네에서는 왁자지껄한 혼례잔치가 벌어져
온 동네 사람들의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으리라
세월이 훌쩍 지나고 자녀들이 장성해서 떠날 나이가 되어
도회로 떠나갈 때는 노부부는 저 고갯마루에서
허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눈물을 훔치며 배웅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떠나간
자녀들이 잘 되기만을 천지신명께
간절히 기도했으리라.
이제 설이나 추석이 되어야
떠나갔던 자녀들이 손자 손녀들을 데리고
저 고개 마루로 돌아올 것이다.
솔바람이 이는 눈 덮인 고개 마루에는
쇠잔한 노부부의 긴 기다림이 남아있다.
[김영식 교수 약력]
전,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이공대학장, 대학원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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