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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국민해양안전관 ‘지방비로 운영하라?’
 진도 국민해양안전관 ‘지방비로 운영하라?’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2.12.2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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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비 40%인 10억 원을 매년 군비로 감당하라!

세월호 참사 뒤 전남 진도에는 '국민 해양안전관'이 지어지고 있다. 모두 국비로 건립하는 건데 그런데 정부에서 운영비의 40%를 진도군에서 내라고 하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3백72명의 인명피해가 난 세월호 참사. 정부는 2백70억 원을 들여 국민해양안전관을 진도에 짓기로 하면서 내년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운영비의 40%를 진도군에 떠넘기려고 하면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고작 8.3%인 진도군이 건물 운영에 한 해 10억 원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허수철 진도군 기획예산과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군민 전체가 약 2조 천5백억 원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어 국민해양안전관의 운영비 40%인 10억 원을 매년 군비로 감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미 준공된 다른 지역 안전체험관과의 형평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비 75%와 경기도 예산 25%가 들어간 안산 해양안전체험관은 국비 60%, 도비 40%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모두 국비가 들어간 해양안전관 운영비의 절반 가까이를 진도군이 부담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8년 지났지만, 아직 문 못 열었다

반쪽 추모시설, 운영비 떠넘기에 진도군민들 ‘우려’ 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해양재난 대응 프로그램 등 시설로 조성 중인 전남 진도군 국민해양안전관에서 지난 11일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1㎞ 남짓한 곳에 조성 중인 ‘국민해양안전관’. 8년 전 세월호 참사로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된 사고 해역 인근에 들어설 추모 및 재난안전교육시설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국민해양안전관은 진도군 임회면 남동리 일원 약 10만㎡ 부지에 들어선다. 국비 270억 원이 투입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추모 및 안전교육 시설로 올해 10월 준공이 예상된다. 하지만 2016년 착공 후 공사가 계속 지연된 데다 기획재정부와 진도군이 예산 갈등까지 빚고 있어 운영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해양안전관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4·16 기억공간’과 심폐소생 및 선박 탈출 교육시설 등이 들어선다. 그러나 완공을 6개월가량 앞둔 현재까지 세월호 참사 추모 및 해양재난 체험 행사 운영을 맡을 관리자 채용이나 위탁사 선정 등 절차는 막혀있는 상태다.

진도군 관계자는 “국민해양안전관과 유사한 목적의 ‘경기 해양안전체험관’ 등은 개관 6개월 전에는 위탁사 선정 등 절차를 마쳤었다”면서 “각종 프로그램 예비 운영 기간도 3개월가량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개관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탁사 선정 등의 절차가 막힌 이유는 매년 25억 원으로 추정되는 국민해양안전관 운영비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국민해양안전관 운영비가 매칭(정부 60%·진도군 40%) 형태로 편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비로 15억 원 상당의 운영비가 지원되면 진도군이 부담해야 할 매년 운영비는 10억 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진도군은 “전액 국비 지원이 없으면 매년 3~5억 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면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자들과 아픔을 함께했던 진도군이 또다시 운영비를 부담하긴 버겁다”고 맞서고 있다.

기재부가 국민해양안전관 운영비를 전액 국비로 지원할 수 없다는 근거는 ‘세월호 피해지원법’이다. 이 법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추모와 해상 안전사고 교육을 위해 지자체가 사업을 하는 경우 정부가 지원할 것을 명시해뒀지만, 전액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근거는 아니라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진도군의회가 지난해 12월 진도군이 상정한 10억 원 상당의 국민해양안전관 운영비 분담액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에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15억 원 상당의 국비교부신청도 불가능하다. 당시 진도군의회는 “재정자립도 9%에 불과한 진도군이 매년 10억 원 이상의 운영비를 부담하긴 힘들다”며 예산을 삭감했다.

“재정 열악 지자체 부담 버겁다”

국민해양안전관 운영비를 모두 국비로 지원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재갑(전남 해남·완도·진도) 국회의원은 지난 1월 국민해양안전관을 해양안전사고 예방훈련시설로 분류해 국가가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진도군은 만약 이 법안이 올해 통과된다고 해도 2023년에야 운영비의 전액 국비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해양안전관 주무부처인 해수부 관계자는 국비 전액 지원 불가 방침에 대해 “국민해양안전관처럼 추모시설 건립 사업이 국비로 이뤄졌더라도 운영비가 전액 국비로 지원됐던 사례는 없고 지방비로 추진됐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라는 배경과 세월호 특별법상 지자체가 추모 등 관련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국가가 예산을 지원해야 하므로 일부라도 국비 지원이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진도군민들은 “진도나 팽목항이 더는 슬픔의 공간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바람도 전한다. 진도군은 세월호 희생자를 보듬었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 감소 등 직·간접적 피해를 봤던 아픔을 갖고 있어서다.

진도군이 발간한 ‘4·16 세월호 참사 진도군 백서’ 등에 따르면 2014년 4월 16일부터 11월까지 진도군을 찾은 자원봉사자 약 5만 명 중 1만4655명이 진도군민이었다. 3만 명 남짓한 진도군민의 47%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 진도군은 경제적·정신적인 피해를 봤다. 진도 소전미술관과 운림산방 등 주요 관광지 방문객은 2013년 4월부터 6월까지 11만431명에서 이듬해 같은 기간 4만6629명으로 반 토막 났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 어민 피해 300억 원 중 11.4%(34억21000만 원)만 인정받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후 팽목항에 남겨진 ‘세월호 기억관’을 철거한 뒤 국민해양안전관으로 옮겨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준모 진도군 행정동우회 회장은 “팽목항은 진도항으로 이름이 바뀌고 제주도로 향하는 여객선 취항도 계획돼 희망의 항구가 돼야 한다”면서 “팽목항 개발사업도 예정된 만큼 기존 세월호 기억관은 국민해양안전관으로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우 진도군의회 의장은 “(운영비의) 40%를 (진도군 예산을) 들여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진도군민과 진도군의회에서는 강력히 국비 전액 100%를 들여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습니다.” 자원봉사에 나선 진도군민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의견 수렴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짓고 있는 시설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은 상황. 여기에 운영비 떠넘기기 문제까지 불거지자 해양안전관을 바라보는 진도군민의 시선이 더 싸늘해지고 있다.(김권일 기자. 조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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