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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애환이 빚은 한국 술 이야기” 지초홍주여! ‘응답하라 향과 색으로’
“전통과 애환이 빚은 한국 술 이야기” 지초홍주여! ‘응답하라 향과 색으로’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3.06.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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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홍주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응응응~아라리네 났네" 우리나라 남쪽 끄트머리 보배섬 진도(珍島). 시(詩)·서(書)·화(畵)·창(唱)의 본고장인 진도는 넉넉한 인심에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조병화 시인은 진도 찬가에서 '진도는 정이 붙은 섬이더라. 정이 붙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섬이더라. 들리는 것이 육자배기요. 흥타령이요. 남도민요요'라며 진도의 정취와 아름다움을 한껏 표현했다. 진도아리랑은 옛부터 구전으로 불리어져 다른 민요와 같이 그 기원은 알 수 없으나 가사와 함께 가락에 독특한 흥취가 있어 남도 민요의 진수로 일컬어진다. 소리는 술의 여흥이요 술은 소리의 원천이다. 달빛 또한 ㅡ그렇다. 홍운탁월(烘雲托月)의 예술은 수묵 한국화일 수는 있다. 이것은 화법상의 문제이고 실제 구체적인 상징의 문제로 보면 바로 현대 시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현대적 의미에서는 오히려 시가 그 본질적인 의도와 닮았다. 분명히 시에서 지적하는 단어는 분명한 것이라 보이지만 시 속의 그 단어는 다른 상징을 의미한다. 또한 이런 홍운탁월(烘雲托月)의 미학이 적용되는 예술은 진도민속문화에 많이 보인다. 진도개, 진도구기자, 진도 돌미역, 진도돌김, 진도전복 등 다양한 특산물과 함께 240여 개의 섬들이 보석처럼 떠있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등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한다. 진도는 특히 명량대첩과 삼별초 항쟁 등 호국영령들의 거친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술(막걸리, 소주)의 전통 제조과정과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의 술에 얽힌 흥미로운 애주사(愛酒史)를 민속·풍속적이며 미생물과학으로까지 전개한 술 인문역사교양서 『응답하라 우리 술(깊은샘)』이 출간되었다.

우리 술을 알고 마시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관점으로 다채로운 우리 술의 맛과 멋, 인문적 향취를 책 안에 올올이 담아내고 있다. 우리 전통술의 아름다운 고갱이의 전통은 바로 오랜 시간 정성들여 지역의 좋은 부재료-소나무 재료, 지초, 진달래, 국화 등-를 누룩으로 디뎌 오래도록 변치 않는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오래전에 발휘된 천년을 자켜온 왕가와 사대부가의 로컬푸드 전통에서 찾고 있다.

요즘 전통주라고 이름붙여 팔리는 술의 대부분은 공장형 술도가에서 물건 생산하듯 만드는 게 사실이다.

만일 ‘나는 진도 홍주 먹어봤는데, 그냥 쓰기만 하지, 맛없던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냥 대량으로 생산한 홍주를 먹은 것이 분명하다. 진도 홍주 또한 술도가에서 만들어 파는 병술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진도에는 옛적 마을마다 누룩을 딛어 홍주를 빚어내는 집이 적지 않았다. 그것도 옛 날 방식 그대로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고조리에 술을 내린다.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사람이 바로 무형문화재 제26호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홍주 명인 허화자 할머니였다. 홍주 명인 허화자씨의 집은 진도 읍내(쌍정리) 시장 골목에 자리해 있다.

좁은 시장 골목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면 허름한 집 한 채가 보이고 그 앞에 홍주 명인 안내판이 붙어 있는 허화자 할머니 댁이 나온다. 진도에서 소주의 전통은 고려시대로 거슬러올라가지만, 소주 중에서도 진도 홍주의 내력은 조선시대 허씨 가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바로 그 허씨의 유서 깊은 홍주 비법을 전수받은 이가 바로 허화자 할머니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갈아입은 자연을 만나려는 발길도 분주해지는 계절이다. 북적이는 단풍 명소 대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차분하게 거닐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고즈넉한 풍경이 그립다면 특별한 정원따라 가을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술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깃든 인물과 자연풍광으로 그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시와 가인이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유배의 섬이었지만 삼락(민요·서화·홍주)의 고장인 진도. 진도 삼락 중 ‘서화’를 대표하는 곳은 운림산방이다. 첨찰산 아래 들어앉은 진도 운림산방은 소치 허련이 말년에 낙향해서 지은 화실이다. ‘첩첩산중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홍매화 떨어진 잔에 봄눈이 녹지 않았나 싶고, 술잔에 비친 홍색은 꽃구경할 때의 풍경이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나오는 막걸리의 제조 방법을 소개하며 전통술 하나를 만드는 데는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 빚으며, 간혹 쌀이 아닌 지역의 재료가 등장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가령 제주도의 오메기(차좁쌀의 사투리)와 남도의 보리, 그리고 밀과 메밀, 감자 정도라는 것이다. 막걸리를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기 위해 덧술을 해 한 번을 더하면 이양주, 두 번을 더하면 삼양주, 이런 식으로 술밥을 더 주는 식으로 고급주를 만든다고 한다. 이토록 정성과 시간으로 우려낸 아름답고 건강한 주류문화가 불과 100년도 안 돼 국가와 자본에 의해 ‘박제화 된 전통’으로 전락한 오늘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지금 젊은 양조인들과 전통명주 장인들에 의해 재현되고 있는 각종 크래프트 주류의 개성과 고집이 빚어내는 독특하고 창조적인 주류 양조 과정에서 우리가 찾아가야 할 ‘소비하는 전통’의 모범답안을 찾는다. 이토록 다채롭고 흥미로우며 과학적인 전통 제조방법을 집필하기 위해 막걸리와 수제맥주, 그리고 증류소주 등을 배우며 한발 더 나아가 왜 그들이 그토록 전통방식의 양조 재현에 헌신적으로 임하는지를 탐구한다.

발로 뛴 흔적은 안동소주와 서산의 한산소곡주, 문배주(이기춘 명인), 그리고 진도 홍주(고 허화자 무형문화재), 감홍로(이기숙 명인) 등 다채로운 술 빛깔만큼이나 다양하고 영롱한 명인들의 정성으로 빚은 술로 다가온다.

남도의 문인 한 모씨는 얼마나 술을 사랑했으며 술에 대한 호사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진도 홍주를 소개하는 그의 글에서 붉은 빛의 홍주와 흰빛의 막걸리를 홍염과 백설로 마실 때, 그는 주선(酒仙)이었다.

홍주를 접시에 부어 거기에 불을 밝힌다. 인공의 전기 불일랑 죄 거두고 독한 홍주가 타면서 이루어 내는 선경을 맞으면 취흥이 절로 인다, 그 다음에는 잔속의 홍주 위에다 물 좋은 진도의 순한 탁배기를 살짝 얹는다. 탁주는 홍주와 섞이지 못하고 홍주의 살결 위에 떠있게 되는데 그 어울림이 가히 동백과 백학 같아서 또한 풍치가 예사 아니다. 이제 잔을 들어 쭉 들이키면 된다. 그럴작시면 아아, 홍주는 혀끝을 휘감고 탁주는 입술을 적셔 홍염과 백설에 휩싸여 그대는 곧바로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오른다.

山谷鈴齋靜 대낮에도 청사는 조용하고 사람들 한가한 남쪽 고을의 봄일세 花村聞犬吠 꽃 마을에 개의 울음을 들으니 知有醉歸人 취해 돌아오는 이 있음을 알겠네.

   나그네 목말라 남ㄷ오길 바닷가 첫 고을에 이르니 黎民들은 盡闢田 노래하며 밭을 일군다 白月爐峯雪  흰 달은 비로봉의 눈이고 黃梅野館春 누런 매화는 들 집의 봄일세.

진도홍주의 맛은 한마디로 반전이 있는 술.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강인하면서 깨끗하고, 단아하면서 견고하다. 황홀한 서방정토(西方) 노을빛 또는 다홍치마 색깔 아래 바다를 다스리는 건강한 남성성이 숨어 있다. 화끈하면서도 묵직한 맛이 젊음과 노련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단맛이 짧은 대신 향의 여운은 오래 간다. 사람을 오래 잊지말라(長毋相忘)는 뜻이리라. 峽縣迎梅雨 산골 마을에 매화 비를 맞이하고 湖鄕種秫田 호수 고향에 수수 밭을 가꾼다

‘봉제사 접빈객’ 즉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맞는 유교 질서 속에서의 술은 조선이라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중심축이었었고, 20세기 초중반 겪어야 했던 슬픈 역사는 우리 술의 왜곡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알게 했다. 저자는 책 행간에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네 아름답고 건강했던 전통술을 오늘에 되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통을 제대로 재현해낸 최근의 크래프트 주류들을 대중들이 쉽고 익숙하게 소비하는 이른바 ‘소비하는 전통’에 답이 있음을 힘주어 강조한다.

이는 곧 서민의 애환이 깃든 전통의 우리 술 막걸리와 소주가 제대로 대접받아 ‘아는 만큼 더 잘 즐기며 마실 수 있는’ 건강하고 풍성한 술 문화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살아나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처럼 절실하게 이 책이 읽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 김승호는 금융사와 IT분야를 취재하는 기자생활을 15년 정도 하다가 어느 날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험하디 험한 정치권에 뛰어들어 국무총리실과 국회 등에서 ‘어공’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10여 년 만에 자연인으로 돌아와 술문화에 천착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즐겨 마시며 우리 술에 담긴 역사와 문학에 빠져 지난 7년 전부터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양조장을 찾아나서 술도가 기행문을 쓰고 있다.(박종호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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