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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문화원장 선거를 마치고 나서
진도문화원장 선거를 마치고 나서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3.09.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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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라며 -

                                                                                                       고군면 오일시 박영관

진도문화원장 선거가 350명의 신규 회원의 선거권 문제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30일 마쳤다. 예상대로 오판주 후보가 379표 박영관 후보는 226표 기권 2표가 나와 투표율 87%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691명의 선거인 수 중 90명이 불참했는데 기존회원이 대부분이며 그중 3명은 사망했고, 53명은 병원에 계시거나 노약자다. 물론 신규 회원 350명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예상할 수 있지 않은가?

들여다보면 분패인가? 석패인가? 참패일까? 선거를 마치고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는 마음으로 패배의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첫째, 350명 신규 회원 선거권 문제를 들 수 있다.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의뢰인과 하수인은 그대로 두고 수많은 신규 회원에게 제재(制裁)를 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의 의지로 가입하지 않았기에 이번만은 선거권을 제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둘째, 런닝메이트가 없이 단독으로 출마했다는 문제이다. 런닝메이트가 있었다면 상호 보완이 되어 시너지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선거 당일에 당선이 공고된 임원들이 나와서 선거하러 온 회원들에게 빙 둘러서서 후보자보다 먼저 악수하며 ‘아짐’, ‘삼촌’하고 너스레웃음 치며 어깨동무하고 이층계단 입구까지 안내한다. 정상적인 선거라면 있을 수 없는 행태이다. 또한 역할(?)을 맡았는지 문화원 안팎을 들락거린다. 87%의 투표율이 그냥 나왔을까?

셋째, 350명 문제로 포기했다가 너무 늦게(8월 14일) 뛰어들었다는 문제이다. 불을 보듯 뻔한 선거에 포기하려 했지만, 희망의 등불을 켜려고 출마했다. 어리석은 행동일까? 어렵지만 이번에 출마한 이유는 기적 같은 당선도 목표지만 바른길이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옳지 못한 일을 보고 아무도 출마하지 않는다면 다음에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어 다음 선거를 위해 옥쇄한다는 각오로 런닝메이트도 없이 홀로 출마했다. 만용이었을까? 그러나 혼자가 아니었고 의로운 분들이 응원해주어 힘이 났다. 스스로에게는 절박한 일이 아니었기에 후회는 없다. 진도 문화에 작은 주춧돌 하나를 얹어놓았다. 염려한 분들에게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뜨거운 마음을 드린다. 너무나 고맙다. 바른길을 걸을 때 출발은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넷째, 조직도 없고 전략도 없고 선거 사령탑이 없었다는 문제이다. 진도 문화를 걱정하는 분들이 자진해서 전화해주겠다고 했지만, 연결고리를 맺지 못했다. 사령탑이 없어서다. 봉사하는 분들과 서로 연계하여 공유하면서 전략을 짰더라면 결과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랬더라도 이기기는 어려운 구조의 선거였다.

다섯째, 이번 선거는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 선거였다. 얼굴도 모르는데 상대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의사 불통이다. 집단의 사주(使嗾)에 매몰되면 이성적인 판단은 흐려진다. 바른길이 훤한데 보이지 않는다.

여섯째, 선거가 끝나고 이의 신청하라는 지인이 있었다. 미꾸라지 하나로 인하여 또다시 진도가 뉴스로 덧칠된다. 예술 단체에 이어 문화원까지 오명을 덧입게 된다. 그 일이 아무리 바른길이라 해도 사랑하는 우리 진도가 개차반이 되는 길은 원하는 선택지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삶의 무게를 이고 지고 살아간다. 자신이 한 일은 알게 모르게 역사에 기록된다. 기고 난다 해도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는 없다. 하늘의 뜻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문화원장은 존경을 먹고 사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문화는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문화라 할 수 있다. 전보다 뒤떨어진 길로 간다면 문화의 역할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삶의 길은 모퉁이를 돌아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호가호위하는 조직 싸움으로 엮어가려는 움직임도 엿보였다. 정치색이 깊게 끼어들어 가슴 아팠다.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군민이 함께 어울려 명가(名價)의 진도로 가꾸어야 한다. 문화원은 문화창달을 위해 도움을 주는 기관이며 명예의 전당이다. 문화원장은 언제 어디서나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꼬리에 주홍글씨를 달고 눈총을 받고 살아가는 길은 그의 몫이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진도가 예향을 넘어 예도(藝都 : 민속문화예술 수도)로 빛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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