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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따 먹는 바나나재배 김영걸 부자
나무에서 따 먹는 바나나재배 김영걸 부자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3.09.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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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결 하교급식,, 젊은 거침없는 도전 인간극장에 화제

 

“농촌에 희망이 있다. 미래가 있다.” 젊은 청년 두 사람이 늘 개척정신을 잃지 않는 아버지(김영걸 57.)와 함께 우리 농촌을 지키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진도군 지산면 보전마을 들녘. 높이가 유별난 하우스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남도와 진도군이 지원하는 지구온난화 대응 아열대 작목 재배 농장 ‘팜스윗’이다. 하우스 문을 빠끔히 열어젖히자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감싼다. 초여름날씨를 방불케 한다. 벽에 걸린 온도계를 힐끗 보니 섭씨 26도를 가리키고 있다.

안쪽으로 연결된 문을 열자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3000평방미터(㎡) 규모의 하우스에 어른 키 두세 배의 나무가 빼곡하다. 모두 바나나 나무다. 700여 그루나 된다. TV에서 보았던 열대우림 모습 그대로다.

 

나무마다 걀쭉걀쭉한 바나나가 초록빛을 뽐낸다. 하나같이 크고 실하다. 줄줄이 엮인 초록색 사이로 노랗게 익은 바나나 하나가 도드라졌다. 나무에 열린 바나나를 따 먹는 게 작은 ‘로망’ 중 하나였던 터라 염치불고하고 바나나를 따 입에 넣었다. 부드러우면서 존득하다. 달보드레한 맛과 향도 남다르다. 입이 때 아닌 호강을 한다.

보전마을에 사는 청년농부 김서용(28)씨가 키우는 ‘진도바나나’다. 아이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바나나를 먹이려는 젊은 엄마들이 많이 찾고 있다. 네이버스토어 ‘팜스윗’과 전화로 만날 수 있다.

서진 씨는 "아빠가 큰소리 내지 말고 목소리를 줄여 줬으면 좋겠다. 일을 못한다고 목소리가 높아지니까"라며 "목소리가 안 높으면 '아빠가 이런 말을 하는구나' 하고 넘어갈 텐데 목소리가 커지니 아빠가 신경질 내는 거 같다"고 털어놨다. 큰아들 서용 씨 역시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듣는 사람이 상처받을 수 있겠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김영걸 씨는 "나는 신경질 내는 게 아닌데 다른 사람들도 왜 성질내면서 말하냐고 그러더라"며 "한 마디로 말하면 못된 성격을 고치라는 거 아니냐"고 아들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진솔한 대화를 나눈 세 부자는 다음날 다시 본업에 매진했다. 서용 씨는 "저는 성숙한 농부가 되고 싶다. 무슨 일이든 잘 헤쳐 나가고 새로운 관점으로 다양하게 바라보고 많은 것을 이해하는 농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농장 방문자에게 주어지는 특권

바나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들이 고개를 떨궜다. 가느다란 줄 하나에 의지한 채 버티는 모습이 위태하다. 

“수확을 앞둔 바나나 한 송이 무게가 보통 25킬로그램(kg)입니다. 무게 때문에 줄기가 아래로 처지죠. 땅에 닿지 않게 묶어야 합니다.”

수확은 바나나가 노르스름해질 때부터 한다. 요즘이 바로 그때다. 김 씨는 송이째 꼭지를 잘라 하우스 천정에 묶은 다음 비닐봉지를 씌워 후숙한다. 올해 첫 수확량은 15톤(t)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하나. 바나나는 왜 초록색일 때 수확할까. 노랗게 익은 후 수확하면 번거로운 후숙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될 텐데. 그간 품어왔던 궁금증이다.

“바나나를 재배하면서 안 사실인데요. 바나나가 한꺼번에 익지 않고 한 개씩 익어요. 익은 바나나는 꼭지가 약해 금방 땅에 떨어져 버리죠. 그럼 벌레가 모여들고, 병해충이 많아져요. 해서 노랗게 익은 것이 발견되면 바로 솎아내야 해요. 어쩔 수 없이 초록빛이 돌 때 수확해 후숙 과정을 거치는 것이죠.”

바꿔 말해 나무에서 노랗게 익은 바나나는 농장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농장을 찾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인 셈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택배를 주문할 때 ‘나무에서 익은 바나나로 보내달라’고 하면 된다. 익은 바나나를 하나하나 잘라낸 것이라 낱개 포장이 기본이다.

하우스 안으로 더 들어가자 밑동이 잘린 나무들이 널브러졌다. 수확을 끝낸 후 베어낸 것들이다. 

“바나나는 나무가 아닌, 파초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한 번 수확한 나무에서는 더는 바나나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베어냅니다. 그럼 밑동에서 새로운 싹이 올라오죠. 이중 튼튼한 것 하나만 골라 키웁니다. 이렇게 세 번까지 키우고 다시 정식하죠.”

서울서 간호사로 일하다 귀향

김 씨는 귀농인이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새내기 농부다. 1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간호사로 생활했다.

“아버지가 지원사업으로 바나나 농사를 짓게 됐다며 ‘같이 농사를 짓자’는 거예요. 훗날 고향에 내려가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결정하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요.”

사실 김 씨의 아버지는 진도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농부로 1990년 초까지 바나나를 재배하기도 했다. 우루과이라운드가 체결되면서 수입산 바나나가 밀려들면서 그만뒀었다. 묘목은 제주도에서 들여와 심었다. 재배는 어렵지 않았다. 땅심을 높이고, 온도와 습도만 신경 쓰면 잘 자랐다. 적정온도는 섭씨 28도에서 30도. 최적의 생육조건은 최첨단 ‘스마트팜 재배환경 제어시스템’이 알아서 맞췄다. 다른 지역보다 따듯하고 일조량이 많아 난방비는 생각보다 들지 않았다. 병해충도 없었다. 무농약 인증은 받았지만 방제 한 번 하지 않았다. 자연농법으로 키운 거나 다름없다. 자연 먹거리를 추구하는 팜스윗의 방향과도 맞아떨어졌다.

바나나 재배에는 성공했지만 후숙 기술 습득은 풀어야 할 난제다. 김 씨뿐 아니라 바나나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과제다. 

“바나나는 키위나 아보카도처럼 후숙 과일입니다. 후숙에서 품질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바나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맛이 강해지고 부드러워집니다. 단맛을 즐긴다면 ‘슈가스팟(표면의 검은 점)’이 하나둘 생길 때가 가장 좋아요. 향도 좋고요. 후숙이 더 길어지면 물컹해지니까 잘 살펴야 합니다.”

판매 루트를 찾는 것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부산의 한 생협과 지역 어린이집 등에 납품하고 있지만 미미하다. 대부분은 온라인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학교 급식에도 도전하려고요. 소득 다각화를 위해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등 6차 산업도 접목하고요. 바나나 칩 등 가공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김 씨가 그리는 스윗팜의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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