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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승자(勝者)는 정의(正義)로웠을까?
사설- 승자(勝者)는 정의(正義)로웠을까?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3.09.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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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正義)와 정의관(正義觀)

민주주의의 이상은 인간존중 사상의 실현이고, 법의 이념은 정의 실현이다.

정의론(正義論)의 저자 존 롤스(J. Rawls)는 정의의 개념을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혜택과 부담이 도덕적 관점에서 적절하게 배분되는 것’이라 했다. 그는 정의를 사회적 희소자원인 권력(權力)과 부(富)와 명예(名譽)를 얼마나 도덕적으로 정당하게 사회 구성원들에게 배분(配分)되는가에 대해 그 과정과 결과가 정의의 실현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서 더해서 우리는 정의의 개념을 구체화해 보면 ‘배분될 혜택과 부담은 무엇이고, 어떻게 정해지는가? 분배의 기준은 무엇인가? 또, 도덕적 관점은 무엇이고, 적절한 배분은 무엇인가? 사회구성원은 누구인가?’ 등등에 대한 것들을 구체화하고 내면화시키고 자신의 신념(信念)으로 갖는 것을 ‘정의관(正義觀)’이라 한다.

 

지역사회 공동체

진도문화원 임원 선출 선거가 수많은 논란이 회자 되면서 치러졌다. 지역사회 문화공동체의 리더를 선임하는 중요한 과정이고 절차였다.

진도의 조그만 소규모 문화공동체의 수장을 선임하는데 유래없이 수많은 갈등과 분쟁이 수반되었다. 공동체의 사전적 정의는 ‘일반적으로 공통의 생활공간에서 상호작용하며, 유대감을 공유하는 집단’이라고 규정한다.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는 혈연공동체로 개인의 생존과 집단 재생산을 위한 중요한 조직 단위이다. 지역을 근거로 한 지연공동체는 협동과 공감의 집단으로 전통사회에서는 혈연공동체와 지연공동체가 상당 부분 중첩되어 있다.

작게는 자기 동네, 교회, 학교 등을 의미하고, 더 넓게 확장하여 민족, 인종 기타 집단적 동일성을 함축하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어떤 종류의 공동체든 그 구성원으로 여기는 한, 구성원들에게 ‘공동체란 특정한 전통 유산과 공통의 자기 정체성과 공통의 문화 및 일련의 규범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바라본다.

 

정의, 공동선 vs 개인적 이익추구

이러한 공동체가 지니고 있는 문화에서 구성원들이 공유한 민주주의가 정의(正義)와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고 숙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기본 가치인 개인적 이익만 추구하면 둘 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결속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의가 최고선(最高善)인데, 개인적 명예와 사회적 지위를 우선하는 우를 범하면 결국 도덕률은 실추된다.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能力主義)

우리나라는 IMF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만연했고, 거기에 더해 능력주의(能力主義, meritocracy)가 팽배한 사회이다.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어떤 사람은 부유하게 만들고 어떤 사람은 가난하게 만들었지만, 능력주의는 승자(勝者)와 패자(敗者)를 확연하게 갈라놓았다. 또한 이 시대에 심화된 소득 불평등뿐만 아니라, 이러한 갈등과 분열이 사람들에게는 굴욕(屈辱)을 안겨줬다.

 

지역사회에서 민선 지방자치 정치선거도 아닌 비영리단체 임원선거가 지역사회 공동체의 최대 이슈가 되고, 지역사회의 정치에 관련된 사람들이 이러한 단체의 선거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 진도의 세태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공동체의 도덕적 결속이 느슨해지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민주주의 이상(理想)이 실종된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자주 갖게 된다. 미국 하버드 대학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교수는 그의 또 다른 저서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의 핵심에 놓여 있는 두가지 우려는, 시민이 개별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각자의 삶을 지배하는 힘의 통제권을 잃어가고 있다는 두려움이고, 또 하나는 가족에서 이웃, 더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의 도덕적 결속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인식이다“라고 했다. 즉 도덕적 해이(解弛),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다.

 

선거 정치의 폐해는 승자독식(勝者獨食, The winner takes it all) 구조이다. 이런 폐해가 지방정치, 지역 정치까지 깊숙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는 오로지 승리,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다.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도외시한다. 이러한 상황이 깊어지면 겨우 구성원 3만명 미만의 조그만 지역사회 공동체는 결국 분열될 수밖에 없다.

누가 보아도 편가르기 목적은 자명한 일이다. 구성원들 사이의 분열과 갈등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

고대 그리스부터 철학자들의 끊임없는 탐구 주제인 정의(正義), 공정(公正), 형평(衡平)이 우리나라 정치적 주제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부(富)의 왜곡과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기 시작한 90년대부터 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불공정, 부정의에 대해 국정기조의 상징으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라고 선언했다. 국민들은 환호했다.

이번 진도문화원 임원 선출에서 과연 기회가 평등했고, 선출 과정은 공정했으며, 결과는 정의로웠다고 할 수 있을까?

불평등한 사회에서 꼭대기에 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능력주의가 원칙이 되는 사회에서 승리자는 ‘나는 나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으로 여기에 섰다.’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개인의 뛰어난 재능과 노력의 성과라 할 지라도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사회정의에 부합해야만 떳떳할 수 있다.

 

정의관, 인생관

문화원 임원 선출 선거 승자(勝者)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서 지역사회와 회원들에게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고, 타당하다는 것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제시할 수 있을까?’ ‘다수결 제도에서 회원 다수의 신임으로 선거에서 선출되었으니 회원들과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라고 할 수 있을까?

지역사회 문화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이끌어 갈 리더로서, 당선자의 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정의관(正義觀), 그리고 그의 인생관(人生觀), 삶의 철학(哲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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