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상생으로 재탄생하는 폐교
<전라남도의회 김인정 의원>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 신나게 뛰놀았을 운동장, 한때는 아이들로 북적였을 학교가 학령인구가 크게 줄면서 입학생 부족으로 폐교가 늘어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2분기(4월~6월)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분기별 역대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조만간 이 수치마저 0.6명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초저출산 장기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결국 폐교의 증가로 이어져 올해는 서울 한복판에서도 신입생 부족으로 폐교가 발생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초·중·고등학교수 증감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폐교된 학교의 90%가 비(非) 수도권, 소위 말하는 지방에 있는 학교였다. 안타깝게도 전남은 전국에서 폐교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특히 농어촌지역의 폐교는 현재진행형이 된 지 오래다.
이처럼 폐교가 증가하면서 당장의 과제로 떠오른 게 폐교 활용이다. 폐교가 되면 대부분 매각하거나 임대 또는 자체 활용을 한다. 올 3월 기준 전국의 폐교 수는 3,922곳으로 2,587곳은 매각했고, 임대나 자체 활용하는 곳은 977곳, 미활용폐교는 358곳에 이른다. 전국에서 폐교가 가장 많은 전남은 839곳이 폐교로, 639곳은 매각했으나 76곳은 여전히 활용되지 못한 채 미활용폐교로 남아있다. 이렇게 지역 내 별다른 활용계획 없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폐교는 이미 흉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과 상생하는 폐교 활용
그러나 폐교는 단순히 아이들의 배움의 요람을 넘어 지역민의 추억과 마을의 역사가 함께하는 지역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정서가 녹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역사가 오래된 폐교일수록 주민들은 폐교의 활용 자체를 반대하기도 하고, 적지 않은 곳에서는 폐교를 주민들이 주도해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때문에 지역 정서를 잘 담아내면서도 지역 주민과 연계하여 폐교를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더욱 절실하다.
폐교에 있어서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경험한 일본은 2005년 이후 폐교가 급격히 증가해 매년 약 450개의 폐교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눈여겨 볼 것은 일본은 이런 폐교를 지역 재생의 기폭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기능실습생 연수시설’이나 ‘영어 마을(유학시설)’과 같은 새로운 교육 시설로 전환하거나, 노인 일자리 알선과 교육을 겸하는 센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소로의 전환 사례들도 있다. 특히 실내공간을 활용하다보니 날씨와 상관없이 온도와 빛 등 재배환경 관리가 용이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스마트팜의 장점을 살려 스마트팜 거점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제주교육청에서는 올해 8월에 총 27개에 달하는 제주지역 폐교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활용할지 연구하는 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축구학교, 교직원힐링센터 등으로 활용하는 여러 다양한 방안들이 나왔지만,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바램은 ‘주민들이 만든 학교, 폐교되면 다시 주민에게’돌려달라는 것이었다.
폐교의 재생은 지역의 스토리를 담고 오랜 장소가 지닌 가치와 폐교 전·후에 연결된 지역 주체들 간의 새로운 만남을 통하여 폐교 재생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담겨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폐교가 혐오시설로 전락하지 않고 지역의 새로운 활력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마을 복지시설이나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시설로 활용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폐교가 배움의 장으로써 역할을 다하고 이제 다시 지역과 상생하는 지역 자산의 폐교로 활용을 위해서는 다시 한번 ‘주민들이 만든 학교, 폐교되면 다시 주민에게!’라는 마음으로 폐교와 지역민이 함께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