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8:57 (금)
아파트에서 진도개 키우는 날
아파트에서 진도개 키우는 날
  • 藝鄕진도신문
  • 승인 2023.12.02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돗개가 미국에서 '반려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자주 들려온다. 1990년대 반려견 선진국으로서 세계적으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던 일본의 무수한 방해를 뚫고, 세계애견연맹(FCI)에 진돗개를 정식 등록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라이프가자 취재담이다.   사실 진돗개는 반려견으로서 최고의 장점을 가진 개다. 평생 한 주인만 따르는 충성심을 비롯해 영특함, 깔끔함, 용맹함, 참을성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 출중한 외모도 있다. 그러나 반려견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이한 국내에서는 오히려 진돗개가 반려견으로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외국 개를 높이 평가하고, 토종개를 폄하하는, 일각의 사대주의나 외국산 선호 의식, 그간 빚어진 순종 시비, 공격성에 대한 우려,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키우기에 다소 큰 사이즈 등 탓이다. 토종개 폄하 문제는 반려견 선진국인 미국에서 진돗개가 인기를 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든지 반전할 수 있다. 순종 시비는 관련 단체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표준'을 내세우면서 벌어진 일인데 일반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돗개가 반려견, 특히 공동주택 내 반려견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냥'이 중심이었던 과거에 초점을 맞춘 기존 단체들의 표준 대신 '반려'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진돗개 표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한다. 진돗개는 예로부터 영특함, 용맹함 등을 앞세워 사냥터에서 맹활약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일부에서 더 강력한 사냥개를 만들기 위해 일본 개인 '기슈견' '아키타견' 등을 더해 사이즈를 키웠다. '호랑이 잡는 개'로 알려진 북한 중대형견 '풍산개'까지 섞었다. 1960년대 우표에 모델로 등장했던 진돗개보다 훨씬 큰 '중형 진돗개'(43~58㎝, 15~23㎏)가 표준이 된 상황에서 이들의 피까지 더해지니 '중대형 진돗개'가 돼버렸다. 공격성도 더욱더 강해졌다.그런 개들이 버젓이 '진돗개'라는 이름으로 퍼져나가 개 물림 사고도 일으키면서 진돗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어온 셈이다.그런 짝퉁 진돗개는 이제 퇴출돼야 한다. 관련 단체들도 기존 표준에 걸맞은 진돗개는 그대로 육성하면서 크기는 우표 속 진돗개처럼 작고, 성격은 온순한 '소형 진돗개'(36~40㎝, 10~15㎏)도 잘 키워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일본 개 중 '시바견'이 있다. 크기는 34∼41㎝, 7∼10㎏인 소형견이다. 공동주택이라면 중형 진돗개보다 시바견이 키우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공동주택에서 '골든 레트리버' '도베르만 핀셔' 등 대형견을 기르는 가정도 적잖다. 진돗개는 그 개들보다 훨씬 작은 데다 냄새나 털 빠짐도 적다. 대소변도 더 잘 가린다. 지금도 공동주택에서 얼마든지 키울 수 있지만, 필자 주장처럼 소형 진돗개가 다시 늘어난다면 키우기가 더 좋아진다. 소형 진돗개를 만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온순한 중형 진돗개는 지금도 키울 수 있다. 분양을 받을 때 형제, 남매 중 '입질'을 하지 않는 아이를 고르면 된다. 부모 성격도 온순한지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키울 때도 훈육을 잘 시켜야 한다. 필자 병원에 오는 외국인 고객들이 기르는 진돗개들은 하나같이 온순하다. 비결을 물어보니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어려서부터 해도 되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분명히 했다." 20여 년 전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일본 개 아류가 아닌 하나의 품종으로 세계로부터 인정받을 때의 환희를 반려견 진돗개를 여기저기서 만나면서 다시 느껴보고 싶다.<김권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